minji "magnolia" kim (a.k.a suk(i)) was born in 2000, Seoul.

They write, take pictures, and make videos and the web to leave traces on the digital world. Focusing on the absence of a sense of belonging, they explore and express identities that are not sufficiently reflected in the media or are considered irreverent in themselves.

They examine the distorted and fragmented context in which the same story travels between different media and seeks ways to expand the world by reproducing the narrative. In the process, they focus on expressing the truth that can only be revealed through falsehoods, experiences in a kind of gray area, through depictions that move between romance and reality.

< !-- you cant see me -- >

김민지는 200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현재까지 서울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공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매그놀리아(magnolia), 줄여서 매그(mag)라고 불리기도 하며, 석(石, suk(i))으로 불리기도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거나, 핸드메이드 웹, 혹은 게임 진 등을 만들어 디지털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소속감의 부재에 집중하여 미디어에 충분히 비추어지지 않거나 혹은 그 자체로 불손하게 여겨지는 정체성을 탐구하고 표현한다.

같은 이야기가 다른 매체를 오가며 왜곡되고 파편화되는 맥락을 살피고, 내러티브를 재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세계를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낭만과 현실을 오가는 묘사를 통해 거짓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는 진실, 일종의 회색 지대에서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둔다.

call me if you find this

The purpose of this webpage is to endlessly add notes they write. If you want to find out what they do first before you figure out what they are, reading CV would be appreciated.

이 웹페이지는 그가 적은 노트들을 끝없이 덧붙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기 전에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먼저 알아가고 싶다면, CV를 확인하라.

and if you're still interested...

다음은 (아직) 이 웹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는 그의 노트이다:

(1)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게임은 〈호텔 더스크의 비밀〉이었다. R4칩에 불법 다운을 받은 이 게임은 툭하면 오류투성이에 어떤 때에는 모든 저장 파일이 다 날아가 버리기 일쑤였지만 나는 이 게임의 첫 장면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늘 사랑했다. 남자 형사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슬픈 눈을 한 의문의 여성을 지나쳐간다. 그리고 호텔 더스크에 도착해 사건을 해결해간다. 나는 이때부터 남자 형사를 좋아했고 그들에 이입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어쩌면 나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긴 여정의 첫 단계였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는 게임보다 영화드라마를 더 좋아했다. 온갖 결함을 가진 이상한 사람들이 나와 그럴싸한 공동체를 만들거나, 그 공동체를 붕괴시킴으로써 내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친구가 없어 늘 집에 머물렀던 나는 주변의 실제 사람들보다 TV 화면 속 가상의 인물들에게 더 공감하기 쉽다고 느꼈다. 실제 사람이 울면 당황스러웠는데, 화면 속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나 또한 함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본주의와 이성애-정상성적인 사회체제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주변에 제시했다. 20살이 되고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당연히도 계속 친구는 없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찬양하는 〈디스코 엘리시움〉이라는 게임을 접하게 됐다. 자기 자신은 물론 세상(게임 속 세계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잊어버린 중년의 남자 형사에 이입한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세상과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재조합한다. 게임 속 시간이 이틀을 지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의 목소리 중 하나가 말을 걸었다. “너 공산주의를 다시 일으키려 하고 있다며?” ······.

〈디스코 엘리시움〉은 〈호텔 더스크의 비밀〉과 닮았다. RPG 게임으로서 주변 인물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고, 그에 따른 보상을 주고받거나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러던 중 전자의 경우에서 더욱 좋았던 것은 “다이스 시스템 Dice System”이었다. 그럴싸한 시도를 할 때, 그리고 전투를 할 때, 나의 손놀림이나 기술의 능숙함보다는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대한 운에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맡긴다. 어떤 언행은 후에 재시도할 수 있지만, 또 어떤 언행은 주사위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 되돌릴 수 없다.

삶의 ‘운’과 ‘인간관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식에 흥미를 느낀 나는 TRPG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러한 형식을 띤 게임을 만드는 데에 남몰래 꿈을 키우고는 했다. 올해 여름에 참석했던 <퀴어게임 진 워크숍>에서는 취약한 물질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진 zine’으로 작용하는 퀴어/인디/예술 게임에 대해 배웠고, 현재는 작업으로 게임/영상 창작을, 취미로 TRPG를 하고 있다.

you can call me suki

(2)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를 따라 타자를 두드리다 보면 신체 조각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한다. 하나의 육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얼굴은 항상 가장 마지막으로 완성되고는 한다.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떻게 스스로를 꾸미는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말투는 어떤지. 이어지는 문장들을 타고 팔과 다리가 움직인다. 발화하고, 사유하고, 선택을 하고, 또 다른 인격체를 만난다. 스스로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기어코 유령/파편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다.

핸드메이드 웹과 게임 진은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수공예라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만드는 작업과 같다. 열 손가락의 끝이 타자를 뼈처럼 두드리며, 트랙패드를 피부처럼 문지르며 만들어내는 소음을 듣는다. 엉성하고, 저렴하고, 또는 저급하지만 그 결과물은 과정에서부터 살아 숨쉬며 나와 상호작용한다. 나의 일부, 나의 기억 속 타인의 일부, 혹은 내가 상상만 해왔던 어느 또 다른 가상 인물의 일부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얽히며 새로운 세상을 살아간다.

나는 좁은 방 안에 앉아 홀로 키보드를 두드려 텍스트/코드를 적어내림으로써 손에 피나 진흙, 물감을 묻히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여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결함은 실제 사람의 것과 달리 낭만화되고 분석된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roge Orwell)은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에서 자신이, 나아가 작가가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그 중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이다.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고, 죽은 뒤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보복하려는 욕망.

또한 X(구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몇 번씩 재게시/재해석 되며 피드를 뒤덮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복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표 성취, 제정신 아닌 뇌, 자아적 자살, 이질성, 비정상성, 광기로 위장한 결핍,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파괴 욕구, 자기 현시욕, 생존욕, 원한, 종족 단위의 몰이해.”

그리하여 사람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그들에게는 목적이 있고 삶이 있다. 부여한 모든 설정 값을 잊고 돌발 행동을 하고자 하는 복수심이 있다. 혹은 자신이 복수에 잡아먹힌 채 더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인물들이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며, “내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위협이, 미지의 공포가 될 수 있다니. 나의 언어와 행위, 더 나아가 존재만으로도 절대다수에 속하는 불특정 다수를 아무것도 모르는 타자로 만들 수 있다니.”

그러다 누군가 말을 얹는다. “아아··· 조르주. 기뻐요! 너무 기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리고 또 한 마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살기만 할 수는 없잖아.”

and we're gonna be friends.